깨끗이 씻었는데도 새 여드름이 생기는 까닭

세안을 꼼꼼히 하고 올라온 뾰루지를 없앴는데도 며칠 뒤 다른 자리에 좁쌀 같은 돌기가 보일 수 있습니다. 덜 깨끗이 씻었나 싶어 얼굴을 더 세게 문지르게 되지만, 여드름은 피부 표면에 때가 남아서 생기는 병변이 아닙니다.
피부에는 털이 나는 작은 주머니인 모낭이 있습니다. 모낭 안에서 피지와 떨어져 나온 피부 세포가 뭉쳐 입구를 막으면 좁쌀처럼 보이는 면포가 생깁니다.
입구가 열린 면포가 검게 보이는 것도 때가 끼어서가 아니라 안의 물질이 공기에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막힌 모낭에 염증이 생기면 붉고 아픈 뾰루지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세안은 피부 표면을 씻지만 다른 모낭에서 면포가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멈추지는 못합니다. 이미 생긴 병변을 압출하거나 그 병변이 가라앉아도 새 여드름이 보이는 이유입니다.
피부를 세게 문지르거나 뾰루지를 손으로 짜면 여드름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좁쌀이 주로 생길 때와 붉고 아픈 뾰루지가 이어질 때

살색이나 흰색의 작은 돌기가 주로 새로 생긴다면 모낭 입구가 막힌 면포가 눈에 띄는 상태입니다. 반면 붉은 돌기를 만질 때 아프거나 그 위에 고름이 보인다면 염증성 병변이 두드러집니다.
두 가지가 함께 있어도 최근에 무엇이 더 많이 생기는지에 따라 먼저 다룰 불편이 달라집니다.
한의학에서는 면포에 소수의 붉은 돌기가 섞여 있을 때 작은 병변과 붉음을 함께 살피며 ‘풍열을 흩고 열을 식힌다’는 방향을 생각합니다. 여기서 ‘열’은 체온이 높다는 뜻이 아닙니다.
피부에 나타난 붉음에 주목해 치료 방향을 설명하는 말입니다.
붉고 아픈 뾰루지나 고름이 있는 병변이 잇달아 생긴다면 지금의 통증과 붉음에도 무게를 둡니다. 피부가 많이 번들거리고 입이 쓰거나 대변이 끈적이는 양상까지 겹치면 한의학적으로 ‘습열’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열을 식히고 습을 다룬다는 것은 아픈 염증성 병변과 그런 병변이 반복되는 양상을 함께 살피려는 치료 원리입니다. 번들거림 하나가 습열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깊고 오래 남는 병변에는 무엇을 더 살필까요

크고 단단하며 피부 깊이 아픈 병변은 표면의 작은 뾰루지와 다릅니다. 특히 어둡게 붉은 결절이나 낭종이 오래 남는다면, 현재 얼마나 붉은지만 보아서는 그 경과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잘 흩어지지 않고 뭉친 듯 지속되는 모습을 ‘담’, 어두운 색으로 오래 남는 모습을 ‘어혈’이라는 말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담은 가래를 뜻하지 않습니다.
병변의 모습과 경과를 바탕으로 치료 방향을 설명하는 말이지, 결절 하나가 담이나 어혈을 증명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이런 병변이 중심이라면 단단하게 뭉쳐 오래가는 양상을 다루려는 화담산결·활혈거어의 방향을 검토합니다. 면포와 붉은 농포, 깊은 결절이 섞여 있다면 최근 무엇이 새로 생기고 무엇이 오래 남는지까지 살펴 치료의 무게중심을 정합니다.
진료에서는 새로 생기는 것과 오래 남는 것을 묻습니다

세안을 해도 여드름이 반복된다면 씻는 횟수만 이야기하기보다 새로 생기는 병변의 모습을 전해 주세요. 좁쌀이 계속 늘어나는지, 붉고 아픈 뾰루지가 이어지는지, 깊은 병변이 오래 남는지에 따라 치료에서 다루려는 문제가 달라집니다.
진료에서는 피부에 어떤 병변이 있는지 직접 보고, 언제부터 여드름이 이어졌는지도 묻습니다. 그 답을 바탕으로 모낭의 막힘이 두드러지는지, 통증과 붉음이 잇따르는지, 깊은 병변이 오래 남는지를 살핍니다.
여드름한의원에서 치료를 문의한다면 지금 내 피부에서 무엇이 주로 생기고 오래 남는지, 그 양상에 맞춰 어떤 치료 목표를 세우는지부터 이야기해 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