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통증은 줄었는데 허리는 그대로라면

예를 들어, 전에는 엉덩이부터 종아리까지 아파 걷다가 멈췄는데 이제는 다리가 덜 아픕니다. 그런데 앉았다 일어날 때 허리는 여전히 아프다면 ‘다리가 먼저 나아도 괜찮은 걸까’ 싶으실 수 있습니다.
허리와 다리 중 어느 쪽이 먼저 편해져야 한다는 정해진 순서는 없습니다. 먼저 줄어든 통증이 무엇이고, 그 뒤에도 어떤 동작이 막히는지를 나누어 보는 편이 경과를 이해하는 데 정확합니다.
‘좌골신경통’이라는 말에는 다리로 뻗는 통증과 저림, 감각 변화가 함께 담기곤 합니다. 허리 통증과 다리 증상이 늘 같은 정도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다리가 덜 아파 같은 길을 걸을 수 있게 됐다면 그 변화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그 사실만으로 허리 통증의 원인까지 해결됐거나 남은 저림도 곧 사라진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먼저 언제부터 아팠는지, 앉기와 걷기 중 어느 때 다리로 퍼지는지, 치료나 휴식 뒤에는 통증의 범위와 할 수 있는 동작이 각각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묻는 이유입니다.
허리는 편해졌는데 발끝 저림은 남았습니다

이번에는 허리를 펴기가 수월해졌는데 발끝이 계속 저린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저림이 같은 자리에 가끔 남는지, 이전보다 발 쪽으로 넓어지는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저림이 남아 있어도 앉아 있는 시간과 잠을 이어 자는 시간이 늘고 있다면, 생활을 막던 불편에는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반대로 허리는 편해졌어도 저림 때문에 일을 하다 자꾸 일어나거나 밤마다 잠이 깬다면 다리의 남은 불편을 치료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오래 앉아 있은 뒤에만 심해지는지, 걸을수록 심해지는지도 묻습니다. 같은 ‘저림’이라도 불편을 키우는 상황이 다르면 활동을 조절할 방법과 경과에서 확인할 동작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잠을 설친 다음 날에는 통증을 견디고 움직이는 일도 더 힘들 수 있습니다. 이때 수면을 묻는 것은 저림의 원인을 잠 하나로 돌리려는 뜻이 아니라, 밤의 불편이 낮의 기능까지 얼마나 끊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통증은 줄었는데 발이 자꾸 걸린다면

다리 통증이 줄었다는 말만으로 호전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때가 있습니다. 전에는 없던 감각 둔함이 생기거나, 계단에서 다리가 꺾이고 걸을 때 발끝이 자꾸 걸린다면 그렇습니다.
아파서 다리를 움직이기 꺼려지는 것인지, 실제로 힘이 떨어져 같은 동작을 못 하는 것인지 진찰로 구분해야 합니다. 새로 생기거나 진행하는 힘 저하는 신속히 평가받으세요.
양쪽 다리에 심해지거나 악화하는 힘 저하·감각 저하가 나타나고, 회음부 감각이 둔해지거나 소변을 보기 어렵거나 대소변 조절에 새 문제가 생기면 즉시 응급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런 변화는 남은 통증의 치료 순서를 고민할 상황과 다릅니다.
기존에 디스크 진단이나 영상검사 결과가 있더라도, 현재의 감각·힘 변화와 맞는지는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남은 통증을 줄인 뒤, 다시 걷고 앉을 수 있는지

남은 허리 통증 때문에 일어서기가 어렵다면 그 동작을 막는 통증을 줄이고, 다리 통증 때문에 걷다 멈춘다면 다시 걸을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것이 목표가 됩니다. 한의학적으로도 통증 부위의 이름만 붙이기보다 어떤 움직임에서 불편이 커지고, 아픈 뒤 수면과 기력이 얼마나 흔들렸는지를 함께 묶어 치료 방향을 생각합니다.
수면이 끊겨 낮의 활동이 줄었다면 통증이 잠깐 덜한 것과 일상을 이어가는 것은 서로 다른 경과입니다.
침치료는 이처럼 통증과 움직임의 불편을 줄일지 검토할 수 있는 한의학적 치료입니다. 추간판 탈출에 의한 만성 좌골신경통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침치료군의 4주 뒤 다리 통증과 기능이 모의 침치료군보다 개선됐습니다.
다만 그 결과를 좌골신경통으로 불리는 모든 상태나 개인의 회복 순서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영국 NICE 지침은 허리 통증과 좌골신경통에 침치료를 권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치료를 선택할 때에는 현재 증상이 그 연구 대상과 얼마나 가까운지, 다른 치료를 거친 뒤 무엇이 남았는지, 감각과 힘에 재평가할 변화는 없는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움직일 수 있는 범위에서 일상을 이어가되, 다리 증상이 커지는데도 활동량을 억지로 늘릴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의 질문은 ‘허리와 다리 중 어디가 먼저 나아야 하나요?’에서 ‘덜 아픈 뒤 실제로 다시 할 수 있게 된 일은 무엇이고, 새로 어려워진 동작은 없는가요?’로 바뀝니다.
그 차이가 다음 치료의 초점과 다시 진찰할 시점을 가릅니다.